딸의 졸업을 축하해준 분들
딸의 졸업식 참석을 위해 미국에 가게 되면 아무래도 미국 호스트 가족의 신세를 질 것 같아
딸에게는 학교 근처 모텔에 숙소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딸이 미국 호스트 엄마에게 이 말을 전하니 한 마디로 "nope" 하며,
멀리서 딸의 졸업식을 보러 왔는데 당연히 자기 집에서 자야 한다는 것이다.
딸의 호스트 엄마는 한 달 전부터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고 한다.
욕실에 우리 부부가 사용할 타월을 새로 구입하고, 우리가 오면 어떤 요리를 해 줄 것인지 식단을 짜고...
우리가 도착하자 우리 부부에게 자신들의 '안방'을 내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들은 집 밖에 있는 캠핑카에서 잠을 잤다.
아마도 미국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자신들의 안방을 내어주는 것이 당연한 의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날에는 아들의 호스트 집에서 하루를 잤는데
그때도 자신들의 안방을 우리 부부에게 내어주고 자신들은 지하 거실에서 잠을 잤다.
딸 호스트 집 안방, 이 방에서 4일을 지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곰인형'은 딸이 직접 만들어 미국 호스트 엄마에게 선물한 것.
딸은 졸업하게 되면 미국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과 그동안 미국 호스 트 엄마에 대한 고마움의 정표로
곰인형을 직접 만들어 미국 엄마에게 주었다.
도착한 날, 방에 들어가니 방 탁자 위에는 조그만 카드가 놓여 있었다.
호스트 엄마가 우리에게 주는 카드였다. 카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미국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3년간 당신의 딸을 우리 집에게 보내 주어 함께 나 눌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당신의 딸이 어떻게 지냈는지 직접 보고 가시길 바랍니다. 짧은 기간 이지만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
나는 공항에 도착해서 미국을 떠날 때까지 이곳 사람들의 진정한 사랑, 친절, 배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여행으로 무척 피곤하였지만, 다음 날에는 일찍 잠이 깨었다.
창문을 여니 아침 공기가 너무 상큼했고, 창문 밖 숲속에서는 온갖 새들이 아침이 왔다며
시끄러울 정도로 지저귀며 날아다녔다.
호스트 가족의 딸과 우리 딸의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친척들이 모였다.
인디애나주에서 트레일러 만한 캠핑카를 직접 몰고온 이모네 가족.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캠핑카 안에 장거리 오토바이 2대를 싣고 와서
두 부부가 나란히 큰 굉음을 내며 오토바이 타고 질주 하며 다녔다.
이모부는 미국의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데 기타와는 조금 다른 처음 보는 악기였다.
악기 연주를 들으니 마치 서부 개척시대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켈트족'의 후예라며 켈트족 문양이 새겨진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외손녀의 졸업을 보기 위해 플로리다에서 오신 할머니
80이 넘으셨는데도 10시간 이상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니신다.
가족들과 카드게임을 하였는데 머리 쓰는 게임도 젊은 사람에 비해 절대로 뒤지지 않으셨다.
헤어질 때는 나를 꼭 껴안으며 이별을 아쉬워 하였 다.
고모네 가족, 펜실베이니아에서 14시간 차를 몰아 도착하셨다.
딸과는 처음 보는 관계였지만 딸이 입학한 대학이 자신들의 집과는 2~3 시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꼭 놀러오라고 당부하였다.
처음 보는 딸을 자신들의 친조카처럼 생각해 주었다.
딸이 호스트 가족과 친척들이 준 졸업 선물을 받고 카드를 읽어 보고 있다.
호스트 엄마의 선물을 받고 감사의 포옹.
호스트 엄마는 딸이 졸업선물을 열어 보고 카드를 읽는 동안 내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딸을 포옹하고 있는 순간에도 얼굴에는 눈물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3년 전 수줍은 어린 소녀가 비행기에서 내려 집에 왔는데,
어느 덧 3년이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고 이제 대학을 들어가고 아가씨가 되었으니 감회가 컷을 것이다.
지난 3년간 영어를 가르쳐 주고, 학교 숙제를 도와주고, 경건한 종교의 진리를 알게 하고,
자유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갖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열어 나가게 도와주고
그리고 TV 프로그램 'American Idole' 을 함께 보면서 한국의 엄마가 질투를 느낄 정도로 정다운 엄마와 딸 사이가 되어 버렸다.
마음이 여린 미국 호스트 엄마는 딸이 대학 입학 허가서를 받은 후 부터
이제는 딸이 이 집을 떠나게 된다는 생각을 할 적 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