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기

졸업 파티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08. 7. 13. 10:54

 

 

 2008. 5.24, 미국 위스콘신주 미시시피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마을에서 딸의 졸업식이 열렸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교생이 200명이 안 되는 조그만 학교, 금년도 졸업생은 17명이다.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모두 사각모와 졸업가운을 입는다.

 대학 졸업 보다도 고등학교 졸업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제는 혼자서 자립할 수 있는 성년이 되었다는 것일까?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집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된다.

  

 

 

2008. 5.25  졸업식이 끝난 다음 날, 온 가족이 졸업파티 준비를 위해 나섰다.

다니는 교회에 가서 요리기구, 탁자, 의자 등을 가져왔다.

교회 식당에 들어서는 가족들..

 

 

 

교회식당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계시는 할머니.

손녀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멀리 플로리다에서 오셨다. 

올해 연세가 82세 인데 하루에 10시간 정도는 거뜬하게 운전하고 다니신다. 

미국 고속도로를 다니다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속도 내면서

여유롭게 옆차를 추월해 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졸업 파티 음식 준비 중

3년간 딸에게 따뜻한 관심과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 이웃들을 위해 정성껏 한국 음식을 준비했다.

불고기, 닭도리탕, 잡채, 비빔밥 그리고 한과 등...

 

불고기는 200인분을 준비했다.

불고기, 잡채, 비빕밥에 들어가는 쇠고기를 사는 데

우리 돈으로 약 46,000원 밖에 들지 않았다. 

 

 

 

남자인 나는 달리 도와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집 뒤에 있는 풀장에 가서 청소를 하였다.

평화롭게 보이는 이 풀장을 유지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먼저 고인 물이 썩지 않기 위해 24시간 모터를 돌려 물이 풀장내에서 계속 돌아가게 하였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전기료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파티 당일에는 풀장 내에 떨어져 있는 낙엽 등을 건져내었는데 3~4시간이 소요되었다.

펜실베니아에서 온 그 집 고모딸은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 

가라앉은 낙엽 등을 청소기로 빨아내어 밖으로 보냈다.

 

풀장 청소를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있던 아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하는 말

아들 : "아빠의 10년 후 노후 생활을 보는 것 같은데요"

아빠 : "아들, 10년 후 아빠가 이렇게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온 가족이 하루 종일 준비한 끝에 드디어 음식이 모두 준비되었다.

 메인 메뉴는 불고기, 닭도리탕, 잡채, 비빔밥 등 한국음식으로 준비하였다.

 나머지 후식은 양식과 한국의 약과로 준비하였는데,

 양식은 마트에서 살 때 이미 만들어져 있어 요리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에 한국음식은 고기를 사서 양념에 하루 밤 재워 두어야 되고,

 비빔밥은 각종 야채를 삶아서 양념을 해야 하고...   손이 많이 갔다. 

 

 

 

차려진 비빔밥

 비빔밥에 들어가는 버섯 등 각종 나물과 고추장 등은 한국에서 가져 갔다.

 

 

 

 한과, 과일 등으로 준비한 후식

 

 

 

 차려진 음식에는 미국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로 안내문 붙혀 놓았다.   

  닭도리탕은 미국사람들이 의외로 모두 좋아했다. 

매워서 잘 먹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국물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준비한 닭도리탕을 깨끗이 모두 먹었다.

너무들 좋아해서 좀 더 많이 만들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오후 3시가 되자 하객들이 오기 시작했다.

학교 친구들, 선생님, 학부모, 함께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등등..  200명을 초대했다

이들은 대부분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50km 내외에 살고 있는 이웃으로서

서로가 모두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미국을 다녀온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지하 주차장에서 40대 여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릴 때 보니 같은 층에서 내리게 되었다. 

그 여인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나를 다시 한 번 쳐다 보더니 

옆 집에 살고 있나고 물어 보았다. 처음 본다는 것이다.

나 역시 전에 문 앞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년간 서로 문을 마주 보고 살면서도 서로 얼굴을 모르고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차고에 마련된 기념 사진과 기념물

백일 사진 등 어릴 때부터 자라온 사진과 특별히 좋아해서 가지고 놀던 물품 등을 전시해 놓았다 

 

  

 

신기한 표정으로 한국음식을 그릇에 담고 있는 하객들.....

비빕밥 어떻게 만들어 먹는지 설명해 주고 있다.

 

 

하객들이 부엌에서 음식을 가져와 야외에 마련된 텐트에서 먹고 있다.

텐트는 딸의 학교에서, 탁자와 의자는 교회에서 빌려 와서 세팅을 하였는데,

이런 일을 처음해 보는 나로서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졸업 파티에 참석한 학교 선생님, 친구 가족 등 

 

 

 

 

 

집앞 잔디 위에 마련된 물미끄럼 놀이장치.

 하객들이 식사를 하고 나서 놀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

 

 

 

 

친구들이 장난치며 놀고 있는 장면들...

 

 

 

풀장으로 옮겨와 놀고 있다.

 

 

 

풀장에서 나와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모여 있는 친구들

 

 

 

이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까.... 

 

 

 

날은 저물어 가고, 대부분 하객들이 떠난 뒤

 모닥불을 피어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친구들...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