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철학

종교와 뇌의 관계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08. 10. 26. 18:52

인류가 종교를 믿는 까닭을 탐구하는 새로운 분야로 인지종교학(cognitive science of religion)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지심리학·진화심리학·인지인류학·인지신경과학·인공지능 등이 융합된 학문으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종교를 만들고, 믿고, 퍼뜨리는지를 연구한다.

인지종교학이라는 용어는 2000년부터 사용됐지만 1990년 영국 

인지과학자 어니스트 토머스 로슨에 의해 창시된 것으로 간주된다. 인지종교학은 이론 정립 단계를 지나 실험 연구 단계로 들어섰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7년 9월부터 3개년 계획으로 시작된 '종교 설명하기(Explaining Religion)' 프로젝트이다. 엑스렐(EXREL)이라 불리는 이 연구의 비용은 유럽공동체가 전액 지원하며 유럽의 대학을 중심으로 심리학·신경과학·인류학·경제학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엑스렐의 목적은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신앙심(religiosity)'이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게 된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 있다. 엑스렐 프로젝트는 종교와 뇌의 관계를 밝히려고 시도한 여러 연구 성과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스턴의대 패트릭 맥나마라는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신앙심의 관련성을 연구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의 부족으로 일부 뇌세포가 사멸하면서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맥나마라는 파킨슨병 환자가 건강한 사람보다 신앙심이 낮은 것을 발견하고 도파민 수준이 신앙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하와이대 신경과학자 니나 애자리는 뇌 영상 기술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장치로 종교적 체험에 관련된 뇌의 부위를 찾아냈다. 애자리는 기독교 신자들이 찬송가를 읊조릴 때 뇌의 활동을 측정하고 전두엽 피질의 일부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몇몇 신경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처럼 종교적 체험이 뇌의 일부 영역, 곧 측두엽이나 변연계 같은 특정 부위에 국한하지 않고 뇌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하는 현상임을 밝혀낸 것으로 평가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자 아짐 샤리프는 스승인 애라 노렌자얀과 함께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을 통해 종교가 인간의 이타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생면부지인 두 사람이 참여하는 독재자 게임에서는 가령 갑에게 10달러를 주고 을에게 일정 금액을 나누어 주도록 한다. 특이한 것은 갑에게 독재자처럼 자기 마음대로 을에게 나누어줄 금액을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을에게는 갑의 처분에 무조건 따르게 한다. 갑은 을이 자신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낼 처지가 아니므로 10달러를 독식하거나 가급적이면 적은 액수를 분배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독재자 게임은 사람의 이타적 행동을 분석하는 데 곧잘 활용된다.

 

샤리프는 독재자 게임 참가자들을 둘로 나누어 절반에게는 신·영혼·기적과 같은 종교적 어휘가 섞인 문장으로 종교를 떠올리게 한 뒤 게임을 다시 실시했다. 종교를 떠올린 절반은 10달러 중에서 평균 4.22달러를 상대에게 주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1.84달러밖에 주지 않았다. 샤리프는 '사이언스' 10월 3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종교가 인간을 관대하게 만들어 협동심을 불러일으키므로 필요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2008.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