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읽다

개의 반박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08. 11. 5. 20:55

꿈속에서 나는 좁은 길을 걷고 있었다. 옷도 신발도 남루하여 거지와 흡사하였다. 개가 등 뒤에서 짖었다.

 

나는 거만하게 돌아보며 꾸짖었다. "쉿, 조용히 해!  권세에 아부하는 개놈아!"

 

"헷헷!"  그는 웃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도저히 사람님한테는 못 미칩니다."

 

"뭐라고?" 나는 발끈해졌다. 심한 모욕이라 생각하였다.

 

"부끄럽습니다. 저는 아직 동(銅)과 은(銀)을 구별할 줄 모릅니다. 게다가 무명과 명주도 구별할 줄 모릅니다. 게다가 주인과 종의 구별도 못 합니다. 게다가....."

 

나는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아직 드릴 말씀이......" 그는 등 뒤에서 큰 소리로 짖었다. 나는 줄달음치며 도망쳤다. 힘껏 달려서 간신히 꿈에서 도망쳐 나오니, 내 침대 위였다.

 

 

 

루쉰 <들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