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而不同

종로 3가의 노인들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08. 12. 20. 14:26

친구와 약속이 있어 모처럼 종로에 나갔다. 종로 3가 역에 내리니 역 구내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이 나이 드신 노인들이었다. 근처 탑골공원, 종묘에 나와 소일하던 노인들이 날이 추워지니까 지하철 역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이 계단에 앉아 있거나, 한쪽에서 우두커니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는 것이 유일한 일거리였다.

 

만약 한 사람이라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그냥 있기가 곤란할텐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으니 서로 눈치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마 이 노인들에게는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서로 일체감을 주고, 살아있다는 의미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 노인들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일까?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은 그 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 그분들에게는 즐거운 삶의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경제 부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생활고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년에 12000명이 넘는다. 이는 하루에 35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세계에서도 아주 높은 자살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인 자살율은 부끄럽게도 세계 1위를 나타내고 있다.

 

국가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이들을 얼마나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모두들 자기 살기에 바빠서 앞만 보고 질주하고 잇는 것은 아닌지... 새삼 국가의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싶다. 

 

작년에 일본에 교환교수로 다녀온 영남대학교 박홍규 교수는 칼럼에 이렇게 적고 았다. 일본 대학에 가서 몇 가지 인상 깊게 느낀 것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교수들이 대부분 핸드폰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 사회에서 동문회, 학회, 회식 등의 모임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 도서관은 밤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데, 뜻밖에도 대학 근처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와서 늦은 시간까지 책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적고 있다. 

 

선진국이란 어떤 나라를 말하는지,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