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스피노자의 신(神)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09. 8. 28. 10:01

스피노자의 시스템에도 역시 신이 존재하지만 그 신은 인간의 형상을 한 선견지명을 가진 신이 아니다. 스피노자의 신은 우리의 감각이 지각하는 모든 것의 근원이며 스스로 존재하며 영원하고 무한한 실체이다.

 

쉽게 말해서 그 신은 바로 자연이며 살아있는 생명에 가장 명확하게 구현되어 있다. 이러한 개념은 종종 인용되는 스피노자의 경구 '신은 자연이다(Deus sive Natura)'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스피노자의 신은 성경에 묘사된 방식으로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스피노자의 신에게 기도를 드릴 수도 없다.

 

우리는 스피노자의 신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이 신은 결코 우리에게 벌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신에게 보상을 바라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아무것도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행동이다. 만일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그것으로써 바로 그자리에서 여러분이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셈이며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성위할 기회를 부정하는 셈이다.  한편 여러분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 순간 여러분은 내면의 평화와 행복에 도달할 좋은 기회를 갖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신의 본성에 맞게 행동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신의 본성에 맞게 행동한다면 그 결과로 일종의 행복을 얻을 것이며 또한 일종의 구원을 성취할 수 잇을 것이다. 스피노자의 구원(salus)이란 다름 아니라 바로 그러한 행복에 쌓여서 이루어 낸 건강한 마음의 상태이다.

 

스피노자는 사후의 보상이나 처벌에 대한 전망이 도덕적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의미심장한 내용의 한 편지에서 그는 매우 규범을 잘 따르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

 

"그는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할 사람이오. 그는 마치 노예와 같이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악을 멀리하고 신의 명령에 따를 뿐이오. 그리고 그러한 굴종 상태에 대하여 신의 성스러운 사랑보다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보상을, 그 자신이 본래 덕을 싫어하는 만큼 더욱더 큰 보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소."

 

<스피노자의 뇌> 320 ~ 321쪽에서       

 

여기에 긴코와 창백한 안색의 한

작은 유태인이 있다.

가난하지만 자족하고

깊이 사색에 잠겨있고 겸손한 그는

한발 한발 잰듯 신중하게 걸어서

위대한 존재의 자리로 가까이 오고 있다.

 

"실례합니다."

그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말을 건다.

 

"그런데 우리끼리 얘기지만 제 생각에

당신은 전혀 존재하지 않은 듯하군요."

 

                                   - 볼테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