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종교는 없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09. 11. 28. 15:30

1.

유대교와 헬레니즘은 기독교 생성기에 복잡한 방식으로 얽히고 설켜 그 역사적 태반을 제공했다. 기독교 탄생에 앞서 이 두 사조는 예수의 신학과 그 사역의 패턴과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했다.

 

초기 기독교는 동양의 영향을 받았다. 예수 탄생 당시 동방 박사 내방, 경배 설화도 동양의 영향권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도올 김용옥 교수는 기독교가 적어도 영지주의의 발생인 페르시아 문명권과는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는 기독교를 '혼합 종교'라고 말한다.   

 

유대인들은 400년 동안 이집트 종교의 영향권에 있었고, 바빌론에 끌려갔던 기간에는 수메르 신화와 바빌로니아 신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그 후 페르시아에서 풀려날 때가지는 페르시아 종교의 영향권에 놓여 있었다. 로마로부터 국교를 인정받은 후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미트라 종교의 많은 요소들이 혼합되었고, 그리스 스토아 철학과 플라톤주의 철학 등이 오늘 날 기독교를 형성하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집트 종교가 유대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부활, 심판, 동정녀 탄생, 유일신 교리 등을 들 수 있다. 이집트 이시스교에는 '이시스'라는 여신이 육화(肉化)되어 고통받다 죽었는데 부활해 인간을 심판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프타'는 '말씀'으로 천지창조를 하였다고 전해지는 신인데, 기독교의 '야훼'역시 '말씀'으로 천지창조를 한다.  이집트는 아케나톤 왕 때 모든 신을 폐지하고 유일신 아톤만을 숭배하도록 함으로써 다신교에서 일신교로 전환하게 된다.

 

모세가 이집트의 유일신 사상을 받아들인 것은 이집트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원래 다신 체제였던 유대인의 사상을 하나로 통합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떄문이다. 할례(割禮 ) 의식도 이집트에서 받은 풍속이다.

 

조로아스터교(배화교)는 세계 최초의 이원론 종교이며 일신교이다. 조로아스터교의 유일신 관념과 선과 악, 천사와 악마 등 이분법적 세계관은 당대 유대교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교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최후의 심판이나 극락, 지옥 같은 말들도 페르시아 인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바빌로니아 신화에는 최초의 인간을 진흙으로 빚엇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라그마 신의 피가 인간과 섞이면서 인간의 원죄가 생겼다고 나온다. 천지를 창조한 뒤 ""심히 보기에 좋았더라."라는 구절이 반복하여 나온다.

 

바빌로니아 신화 속 아다파 왕은 여생의 기회를 얻었으나 에아 신의 잘못된 충고로 영생을 얻지 못한다. 왕은 이것을 에아 신의 잘못으로 돌리는데 이것 역시 아담이 하와를 탓하는 것과 같다.

 

노아의 홍수 이야기도 바빌로니아 홍수 설화와 유사하며, 뱀에 대한 유별난 적의도 바빌로니아에서 온 것이다. 우주의 질서를 교란하는 것은 거대한 뱀이며 길가메시의 불사초를 가로챈 것도 뱀이다. 기독교의 중요한 교리는 바빌로니아 지배기 때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빌려 왔다고 볼 수 있다.      

 

 

2. 

갈릴레이는 쿠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옹호하다가 로마의 이단심문소로부터 소한되는 등 큰 고통을 겪었다. 당시 종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으로 그 둘레를 달이나 태양, 5행성이 공잔하고 있다는 천동설을 믿고 있었다. 갈릴레이가 죽은 후 공적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었고 묘소를 마련하는 일 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로마교황청은 1992년 10월 31일 10여 년 동안 특졀재심과학위원회를 열어 1633년 6월 22일의 종교 재판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고 복권을 선언했다.

 

3.

1999년 10월 31일 루터교 세계연맹과 로마 가톨릭교회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구원론'에 대한 합의문서에 공동 서명했다. 루터가 95개 조항을 내건 1517년 10월 31일부터 만 482년째가 되는 날이다. 이날 루터교와 로마 가톨릭교회는 구원론의 본질적 진리에 관해 합의를 보앗고, 여타 차이점들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4.

2000년 3월 12일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할 의미 깊은 미사가 진행됐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세계에서 모인 성직자와 신도 등 1만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2,000년 동안 가톨릭교회가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 것이다. 교황은 이날 특별히 "진리를 구한다는 이름으로 치러진 폭력과 다른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보였던 불신과 적의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이 가톨릭 2000년 역사에서 교회가 인류에게 법한 각종 과오를 정리한 '회상과 화해 : 교회의 과거 범죄'라는 문건에는 십자군 원정, 종교 재판, 유대인 박해, 아메리카 인디언 학살 방조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5.

2005년 1월 21일짜 <오마이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전북 J교회 담임목사의 연봉은 1억 2,420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 교회의 '2005년도 일반회계 세입 세출예산서'에는 목사를 위한 지출이 생활비 5,400만원, 자녀학비 보조비 4,920만원, 목회비 600만원, 교역자 연구비 600만원, 교역자 도서비 480만원, 여비 360만원, 교역자 수양비 60만원 등으로 나와 있다. 여기다가 접대비 1,000만원, 축조으비 700만원, 도서 및 정보 토신비 500만원을 비롯해 교회가 제공한 차량과 유류대금, 30평 아파트와 굥과금 등을 모두 합하면 담임목사에게 들어간 비용이 2억원 가량 된다는 것이다. 1,200명 정도의 교인이 출석하는 이 교회의 한 해 총예산인 10억 5천만원 중 20%가 담임목사가 가져가는 셈이다.

 

<종교는 없다> 중에서/권오문 지음/문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