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而不同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10. 2. 6. 12:41

사람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면, 살아가는 대로 생각한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동안 사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생각없이 살아온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원초적인 의문이든다.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성경에는 아주 쉽게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 창조주 야훼 하느님께서 나를 만드셨다. 그렇다면 내가 죽는다면 다시 야훼 하느님께 되돌아 가는 것인가? 그런데 이건 간단하지 않는 것 같다. 성경에 의하면 내가 창조주를 잘 믿으면 되돌아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옥으로 간다고 한다. 그러면 지옥에 가게되면, 영원히 그곳에 있게되는 것일까? 글쎄? 그건 모르겠다. 아무도 갔다온 사람이 없으니.... 

 

불경에서는, 나를 포함한 모든 생명은 서로 연기(緣起)로 인해서 생겨났다고 한다. 연기란 불교의 근본사상으로 '이것이 있으므로(此有) 저것이 있고(彼有), 이것이 생하므로(此生) 저것이 생한다(彼生)'라고 말하고 있다.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모든 생명은 서로 상호 작용으로 생기며,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연기설'은 조금 이해가 될 것 같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이 지금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는 우주적 무한한 시간성과 물질적 공간성이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부모님 두 분으로부터 유전자를 받아 태어났다. 부모님은 또 부모님 두 분의 유전자를 받았으니, 시간을 거슬러 2 세대 전으로 되돌아 가면 나에게 유전자를 준 조상은 4 명이 된다. 또 한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조상은 8 명이 된다.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으로 생각해 보면, 나의 조상은 기아급수적으로 증가한다. 500년 전의 나의 조상은 약 50만 명이 되며, 1000년 전에는 약 10억 명, 2000년 전에는 상상을 초월한다. 무려 10만 경(京) 명이나 된다.

 

결국, 지금의 나는 2000년 전의 10만 경이나 되는 조상으로부터 유전자를 받아 태어난 것이다. 태초로 돌아간다면... 그건 우리 인간의 두뇌로는 계산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니, 지금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시간의 과정에서 어느 한 순간에 서로 유전자를 공유했던 친척일지도 모르겠다.

 

생물학자들의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인류의 조상은 약 4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지금 지구상에 살고있는 인류는 모두 같은 조상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척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는 몸둥아리가 조상으로부터 유전자만 받아서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오늘도 이 육체를 보존하고 생존하기 위해 '밥'을 먹었다. 이 고마운 음식은 나의 몸에 들어와 분해되어 피가되고, 살이 되고, 에너지를 주고, 그리고 남은 것은 몸 밖으로 배출된다.

 

오늘 내가 먹은 쌀, 채소, 고기 등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한 톨의 쌀알이 내 뱃속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아득한 영겁의 시간을 타고 온 유전자를 받은 씨앗이 땅속에 심겨져 이 우주의 햇빛, 수분, 공기를 받아 성장했을 것이다. 서정주 시인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를 노래했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하면 한 송이 국화꽃이 피우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 인연은 이 우주의 탄생과 함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결국 나의 몸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을 비롯한 물질들은 이 우주의 탄생과 함께 생성된 물질이 생주이멸(生住異滅)을 반복하면서 나의 조상들의 육체를 이루었고, 지금은 나의 육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일전 신문 칼럼에서 '137억 년의 기다림'이라는 글을 발표했는데, 지금 이 우주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는 모두 우주의 탄생과 함께 137억 년이라는 시간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 생물시간에 배우기로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할 때 약 7억 개의 정자 중 하나 만이 난자와 결합하여 인간이라는 생명이 태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우리는 '7억분의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보다는 '우리가 137억 년이라는 시간 동안 멸종되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더 대단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 지구상의 생명들이 137억 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우주의 자양분을 받아서 지금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이하고 큰 인연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2010.2.6)

 

 

* 생물학자에 의하면 한쌍의 생쥐가 2년간 74만 마리의 종족을 증식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