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들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사람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일까? 참으로 세상살기가 어려워진다. 사람의 말을 가려서 믿어야 하니까...
지금 나라는 온통 4대강과 세종시 문제로 시끄럽다. 보통 국민인 나로서는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세종시 문제만 하더라도,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서 정부 부처 몇 개 부서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정부 부처는 서울에 그대로 두고 기업 위주로 세종시를 건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양측 전문가들, 국회의원들 말을 들으면 모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양측 모두 상대방의 주장을 폄하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정부 부처 몇 개가 세종시로 옮긴다고 해서 정부의 어느 관리 말대로 국가가 거덜나거나 사회주의 도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정부 부처 몇 개가 세종시로 옮긴다고 해서 수도권 집중이 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종시 문제로 나라가 이렇게 복잡해진 것은 양측 모두 세종시를 정치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를 정치적으로 보더라도, 논리에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태어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배웠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께 맨 처음 배운 것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일전에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와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또 대통령에 당선되고서 20여 차례에 걸쳐 세종시는 원안대로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모두 표를 의식해서 한 말이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과 언론은 '거짓말'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한 편이다. 미국에서는 거짓말을 한 정치인은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우리나라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과 한 마디로 넘어가 버린다. 참으로 마음이 넓은 국민들이다.
그런데, 며칠 전 국회에서 대정부 질의를 보니 대통령의 거짓말은 선거 기간 중에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대정부 질문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졸속이라는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그만 천기누설을 하고 말았는데, 세종시 수정안은 적어도 1년 반 전부터 검토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되고 6개월 정도 지나고서부터 바로 세종시 수정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 대표 등을 만나서 '세종시를 수정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미 한편으로 세종시 원안 수정 작업을 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국민과 야당 대표에게 절대로 원안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거 기간 중 표를 얻기 위해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은 본인에게 귀속되는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명백하게 세종시 수정 작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국민이나 야당 대표에게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사람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바보가 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려면 정치인들의 말 뒤에 숨긴 의미를 가려 들어야 된다.
어제 호암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은 호암의 경영 철학 중 지금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국민들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이 말도 그대로 믿어야 하는지, 아니면 가려서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2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