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메타노에오, 신화를 벗은 예수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10. 3. 28. 19:27

 1.

기독교가 예수의 이름을 내걸어 놓고, 내용 면에서는 바올로의 교리신앙을 가르치는 것은 그야말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할 것이다. 오늘날의 크리스천들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흘린 보혈로 원죄를 속죄 받는다는 대속교리는 알아도, 하느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인 얼나(프뉴마)를 깨달아야 한다는 예수의 가르침은 모른다. 그러고도 예수교라고 말한다.

 

2.

바올로의 대속교리도 넓은 의미의 기복종교이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흘린 보혈로써 인간이 지옥형벌에 떨어지지 않고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 양식있는 신앙인들은 사제들의 샤먼적인 언행에 진저리가 나서 교회를 떠나고 있다. 샤먼들의 속내를 알아차리 만큼 총명해진 것이다.  

 

3.

도마복음에는 '속죄'란 말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예수가 가르친 것은 영원한 생명의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반면 바올로가 가르친 것은 믿음으로 원죄를 벗는 속죄신앙이다.

 

4.

겉으로 보면 바올로가 예수를 극진히 받드는 것 같은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바올로 자신의 교리를 완성하기 위해 예수를 재료로 이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바올로의 의식종교(儀式宗敎)는 예수의 생애나 가르침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기독교의 핵심교리를 담은 신앙고백문 <사도신경>에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이 빠져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대다수의 신학자들과 그 밖의 신부, 목사들이 바올로의 케리그마(교리 선언)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274~337)이다. 그는 로마 사회의 분열을 막고자 그리스도교 내의 격렬한 교리논쟁을 해결하려 했다. 즉 325년 5월, 니케아 공의회를 소집하여 어느 파가 정통교리인가를 밝히자는 것이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삼위일체설을 부정한 아리우스파 대신 삼위일체론을 주장한 아타나시우스파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바올로의 교리 쪽을 선택, 옹호하고 영성신앙을 배척, 탄압하였다.  

 

5.

성서학자들로 구성된 '예수세미나'라는 팀이 복음서 가운데서 예수의 진짜 언행을 가려내는 작업을 하였다. 그 결과 요한복음서에는 예수의 말씀으로 인증된 것이 전혀 없고, 마르코복음의 대부분과 마태오복음의 마지막 3분의 1 정도 내팽개쳐졌다. 루가복음도 5분의 1 정도만 예수의 언행이라고 하였다. 그들은 언어학적, 역사적인 기준에서 평가를 했다고 밝혔다.

 

복음서들은 예수가 직접 쓴 글도 아니고, 직제자들이 쓴 글도 아니다. 예수의 경우는 태어난 날도, 죽은 날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유언조차도 복음서마다 다르다. 복음서는 거의가 픽션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복음서를 언어학적, 역사적인 기준에서만 판단하면 안된다. 중요한 것은 영성적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6.

"복음서의 자료들이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은 교회의 선포이고 교회가 자료들을 대부분 예수에게 소급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말할 것도 없이 교회가 예수의 말로 전한 모든 말이 실제로 예수가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많은 말들의 경우 그것들이 예수가 아니라 오히려 교회에서 비로서 생긴 것이며 다른 경우에는 교회에서 개작된 것임을 입증할 수 있다." (볼트만, <예수>)

 

7.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다른 민족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민족적 신앙인 종말론이 있다. 이 세상이 종말을 맞을 때 다른 민족은 전부 멸망하고 이스라엘 민족만 야훼 하느님이 몸소 다스리는 천년왕국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이 종말론을 믿은 것 같지 않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가 직접 종말을 예언하는 장면이 없지 않으나 이는 복음서를 마련한 사람들이 써넣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종말론은 유대 민족이 야훼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이른바 선민의식이 낳은 편집증적 망상이다. 그것은 야훼 하느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유치한 신관이자 아집에 지나지 않는다.

 

《메타노에오, 신화를 벗은 예수》 다석사상으로 풀이한 도마복음 중에서

  박영호 지음 / 인물과사상 발간 (2009.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