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편지
1.
나는 속세의 인도주의자입니다. 나는 나라는 개체가 나라는 존재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 이후의 생에 대한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며, 천국과 지옥은 이승에 사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입니다. 다른 어떤 안식처도 없습니다. 인류는 수백만 년간 하등한 종에서 출발한 진화를 통해 이승에서 생겨났습니다.
또한 솔직히 말하건대, 우리의 조상은 영장류 동물입니다. 사람이라는 생물학적 종(種)은 다른 어떤 곳도 아닌 지구상에서의 삶에 육제적, 정신적으로 적응해 왔습니다. 우리의 윤리는 이성, 법, 명예, 타고난 품위 의식에 기초를 두고 있는 행동규범입니다. 우리는 이 행동 규범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하느님의 의지에 예속되어 있다고도 합니다.
2.
나는 영적으로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그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창조물 보호의 설파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들은 인간 중심의 윤리학과 내세 준비만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일까요? 더욱 당황스러운 사실은 예수의 재림이 임박했으므로 이승의 조건 따위는 거의 중요하지 않다는 확신이 기도교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입니다.
200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0%는 <요한게시록>의 예언이 틀림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중 상당수인 수백만 명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종말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예수가 재림할 것이고, 기독교 신앙에 따라 구속받은 자들은 모두 천국으로 갈 것이고, 남은 자들은 혹독한 시련에 발버둥치다가 죽을 것이며, 죽어서도 영원한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이런 유형의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다른 생물 1000만 종의 운명은 일말의 가치도 없습니다. 이런 기독교와 여타 유사 교의들은 희망과 측은지심의 복음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절망과 무자비의 복음입니다. 그것들은 기독교의 본령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3.
대개 길이가 10mm 미만인 수많은 곤충, 진드기, 여타 절지동물 종들이 인간의 손, 발 도구에 교란되지 않는 국소 영역에서 자유롭게 서식합니다. 운 좋게도 국소 야생지는 야생 대자연의 보잘 것 없는 일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그곳의 흙과 부식토 1㎡ 에는 수백 종에 달하는 창조물 수십만 마리가 빼곡히 모여 살고 있는 세계입니다. 또한 그 안에는 다양한 미생물도 수없이 많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흙 1g 안에는 6,000종에 달하는 세균 100억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4.
현대 문명의 문제는 어떤 수준에서 오래된 데다가 너무나 더디게 진행되는 유전적 진화와 다른 수준에서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문화적 진화 간의 분열에서 발생합니다.
세계에는 아직도 부족신의 가호 아래 첨단 기술을 이용해 부족 간 전쟁을 주도하면서 철기시대 사막 왕국들의 경전에 기초한 도덕률에 기대려는 사상가들이 있는데, 개중에는 정치, 종교 지도자도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그런 퇴행적 사고 간 대립이 증가하고 다른 한쪽에는 가공할 파괴력이 존재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습니다. 전쟁이 발발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을 전적으로 부양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걱정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과 행동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때까지 대자연에 대한 파국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파괴를 줄이는 것이 현명합니다.
5.
비록 생물량(biomass)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을 지라도 호모 사피엔스의 파괴력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수학적으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4㎦의 입방체 안에 차곡차곡 쌓으면 그랜드캐넌 계곡의 외딴 곳에 집어 넣고 지구 표면에서 눈에 띄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미 두발로 걸으며 고개를 까딱거리는 우리는 지구의 대기와 기후를 정상 상태에서 변화시켰습니다. 우리는 수천 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을 전 세계에 흩뿌렸고, 광합성에 이용될 수 있는 태양 에너지의 40%를 전용했으며, 거의 모든 비옥한 경작지를 용도 변경했으며, 대부분의 강에 댐을 건설했으며, 지구의 해수면을 높였고, 이제는 전대미문의 경천동지할 방식으로 담수를 바닥 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모든 광적인 행위로 인해 닥칠 결과는 야생 생태계와 그것을 구성하는 종들의 끊임없는 멸종입니다. 그것은 또한 인간만이 끼치는 돌이킬 수 없는 영향입니다.
6.
세계를 부양하는 작은 미물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곤충학자가 아닌 나는 이제 곤충을 동원해 지구상의 모든 고통받는 동식물상을 위한 집단 소송 사건을 변호하려 합니다. 곤충은 모든 생물 중에서 가장 많은 종 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2006년에 분류된 총 종 수는 약 90만입니다. 동정(同定)된 종과 발견된 종을 모두 합한 실제 종 수는 1000만이 넘을 것입니다.
곤충의 생물량은 어마어마합니다. 약 10의 18 제곱승의 개체가 늘 살고 있습니다. 1경 마리로 추정되는 개미 무게만 해도 대략 사람 65억 명과 맞먹습니다. 비록 이런 추산이 (후하게 어림잡기에) 다소 불확실하지만, 곤충이 물리적 부피에 있어서 동물 중 최상위에 해당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곤충이 필요하지만 곤충은 우리가 필요없습니다. 만약 모든 인간이 내일 사라진다면, 3종의 인간 머릿니와 옷엣니(몸니)를 제외하고는 단 한 종도 멸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200년이나 300년 안에 인간이 사라진다면 세계의 생태계는 분명히 우리가 멸종시킨 많은 종들은 사라진 채로, 지금으로부터 1만 년쯤에 존재했던 풍요로운 평형상태에 가깝게 회복될 것입니다. 하지만 곤충이 사라진다면 지구의 환경은 금세 붕괴되어 혼돈에 빠질 것입니다.
에드워드 윌슨/하버드대학 교수 지음
권기호 옮김, 사이언스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