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군사정권을 지지한 한경직 목사와 개신교
박노자 "한경직 목사는 평생 국방부와 함께한 사람"
평생을 국방부와 함께한 사람."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는 고 한경직 목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박 교수는 7월 22일 안국동 느티나무 홀에서 열린 '한국 종교와 군사주의 유착의 역사와 현실' 주제 강연에서 한 목사의 역사적 행적들과 군사주의가 어떻게 결합했는지 설명했다.
제국주의에 침묵하고 반공에 투철했던 한경직
일제강점기 초기 기독교는 민족의 해방구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후기 일부 개신교는 신사참배와 일본군 지원 운동, 구약 폐기 운동 등의 친일 행각을 벌인다. 박 교수는 한 목사가 이러한 개신교의 친일 행각을 그대로 따르며, 일본 제국주의에 침묵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전쟁 당시 한 목사는 대한기독교구국회를 조직하여, 반공 시국 강연과 청년 징집 지원 활동을 펼쳤다. 또 약 3000명의 기독교 청년들을 전투에 투입시키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한 목사가 "북조선을 사탄으로까지 규정하고 청년들을 붙잡아 세뇌시키고 군대에 보내 많은 청년들이 죽었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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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2일 안국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박노자 교수가 일제강점기 주류 개신교의 친일 행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
반공주의자가 된 원인
한 목사가 반공주의자가 된 이유와 개인적인 평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박 교수는 "월남 이전의 한 목사는 기독교 사회민주당을 조직할 정도로 온건한 사회주의자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조선 정권의 토지개혁을 전후로 약 8만 명에 달하는 기독교인들이 월남했는데, 특히 친일 경력이 있고 재산이 많았던 이들의 대북 적개심이 강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들은 남한 사회에서 전투적 반공의식의 진원지가 되었고, 중심에는 한 목사가 있었다. 박 교수는 "북조선의 토지개혁과 한국전쟁이 한경직을 반공주의자로 돌아서게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 목사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기 힘들지만, "토지개혁으로 북조선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일본의 뜻에 따라) 신사참배를 하고, 구약 폐기 운동에 참여했으며, 군사정권에 반공 이데올로기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군목 제도와 개신교의 종교 특혜
1950년 9월 한국군의 연패를 지켜본 한경직과 유형기는 이승만에게 군목 제도를 건의했다. 미군 군목 제도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군종 제도는 미군의 지원으로 고속 팽창했다. 1954년 군내에는 261명의 개신교 목사와 35명의 천주교 신부가 있었다. 이와 달리 군승제도는 1968년에 이르러서야 생겼다. 박 교수는 군에서의 종교 활동 독점과 군사정권 아래 이뤄진 전군 신자화 운동의 모든 특혜는 개신교가 입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이 감리교 장로이기도 했고,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이 필요로 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개신교가 제공한 점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정권과 한경직
박 교수는 5․16사태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와 주류 개신교 목사들의 유착 관계를 설명했다. 예로 한 목사는 김활란, 최두선 등과 민간 사절단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5․16군사혁명'에 대한 당위성을 이야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의 전신 한국기독교연합회에서는 "이번 5․16 군사혁명은 조국을 공산 침략에서 구출하고 부정과 부패로 기울어져 가는 조국을 개선하기 위한 부득이한 처사"라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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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자 교수는 종교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
또한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 파병을 적극 지지하고 합리화해 줬다. 교회협 전도부장이었던 김활란 박사는 파월 군인들을 '자유의 십자군'이라고 표현했다. 한국대학생선교회 대표인 김준곤 목사는 베트남 전쟁을 '인류의 노예화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회협 총무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을 지낸 유호준 목사는 '하나님이 보내신 군대'라고 설교했다. 한경직 목사는 파월 군부대를 직접 2주간 방문하기까지 했다.
평화의 종교로 거듭나기 위한 평신도의 역할
박 교수는 지난 '종교와 국가 폭력' 강의에서 기독교가 평화의 종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정권에 유착하는 주류 개신교를 각성하게 하는 것은 평신도들의 몫이라 했다. 평신도들이 정권과의 유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비판한다면 교회는그러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규혁 기자 / 뉴스앤조이 (2013.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