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신성동맹과 함께살기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15. 1. 11. 18:38
1.
"오늘부터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부르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왜 국보법 폐지하라고 까불고 다니는 거냐. 노무현은 물러가라."
우리시대의 대표적 원로 만담가 김동길 씨가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우익단체 집회에서 하셨다는 말씀이다.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기는 하나, 김동길 씨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1980년대에 전두환 씨를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고, 언제쯤 저 얼굴 안 보고 사나 하며 이를 갈았기 떄문이다. 김동길 씨 심정이나 내 심정이나 일종의 '부아'라고 할 수 있겠다.
2.
벌써 이태 전 일이지만, 소설가 이문열 씨는 시민운동단체들을 홍위병이라고 몰아쳤던 자신에게 항의해 그의 책 반환운동을 펼친 부산의 한 사진가에게 "당신 전라도지?" 라고 다그친 바 있다.
기자는 그 사건을 살핀 한 칼럼에서, 이 씨가 그동안 되풀이 보여준 엽기적 언행을 생각하면 그의 '전라도' 발언이 놀랄 일도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정작 놀라운 것은 그의 양식 있는 문단 동료들이 그의 반사회적 발언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이 씨에게서 아무런 시민적 양심도 기대하지 않았다.
고종석 시평집 / 《신성동맹과 함께살기》 중에서 / 개마고원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