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다

악의 평범성

지금 여기서 이렇게 2015. 12. 29. 13:35

1. 

비리총장 엄벌’ 시위 교수에 교직원들이 폭언 퍼부어. 이인수 총장도 예전에 교수에 “쓰레기 같은놈” 욕설

이 ×××야. 빨리 건너가.” 지난 10월21일 오전 10시께 수원대 정문 앞에서 이 대학 교직원 ㄱ씨가 수원대에서 해직된 이재익(55·건축공학과) 교수에게 다짜고자 욕을 퍼부으며 교문 앞에서 길 건너편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이 교수는 ‘수원대 비리총장 이인수 엄벌하라’는 등 팻말을 든채 1인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이 교수는 “보자마자 왜 첫마디가, 왜 욕하죠?”라고 묻자 ㄱ씨는 “×××네. 안 건너갈래? 한 대 얻어터질래?”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교수는 “충격을 받았다. 오랫동안 알던 직원인데…. 정말 말문이 막혔다”고 말했다. 지난 9월1일 오전 9시24분께 수원대 재단인 고운학원 산하의 수원과학대 정문 앞에서 이상훈(66·환경공학과) 교수 등이 팻말시위를 하자 이 대학 교직원 ㄴ씨가 “××, 모가지를 따버릴까”라고 욕설했다. "얻어터질래" "목 따버릴까" 수원대, 그 총장에 그 교직원〉 중에서 / 한겨레신문 (2015.12.28)

 

2.

 

 

1980년 5월18일 작전명 ‘화려한 휴가’에 따라 광주 시내에 투입된 공수부대는 

자국민들에게 ‘시위 진압용’이 아니라 ‘적군 살상용’ 무기를 휘둘렀다. 

엠(M)16 소총에 장착된 대검이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공수부대가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은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보며 제 눈을 의심했다. 훗날 수많은 사람들이 그날의 상황을 증언했다.

 

시위 현장에서 사태를 목격한 시민 김시도는 이렇게 말했다. “도망간 학생을 잡으려고 공수부대 2명이 양복점 안까지 쫓아갔다. 공수들은 그 학생의 멱살을 잡더니 다짜고짜 다리미를 빼앗아 들고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 학생의 머리와 얼굴을 구분하지 않고 뜨거운 다리미로 내리치는 것이었다. 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입만 벌리며 분노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말도 못하고 서 있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죽일 놈들아! 이놈들아!’ 하면서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살기가 오른 공수부대는 이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붙잡힌 학생이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뛰어가 몸으로 학생을 막았다. 할아버지가 ‘이러지 말라’고 사정하자 공수대원은 ‘이 새끼!’ 하면서 할아버지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공수부대는 엠(M)16 소총에 살상용 대검을 장착하고 있었다. 사람 잡는 칼이었다. 공수대원은 잡힌 학생의 머리를 곤봉으로 후려치고 대검으로 등을 찌른 뒤 다리를 붙잡아 질질 끌고 갔다. 시위를 진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냥하는 것 같았다.

 

젊은 여성들은 더 끔찍하게 당했다. 백주에 대검으로 겁탈을 당하는 꼴이었다. 항쟁기간 중 시민군 상황실장이 된 박남선은 이날 본 것을 이렇게 증언했다. “공수 놈들은 여고생을 붙잡고 대검으로 교복 상의를 찢으면서 희롱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60살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아이고! 내 새끼를 왜들 이러요?’ 하면서 만류하자 공수 놈들은 ‘이 ×××아, 너는 뭐야? 너도 죽고 싶어?’ 하면서 군홧발로 할머니의 배와 다리를 걷어차 할머니가 쓰러지자 다리와 얼굴을 군홧발로 뭉개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여학생의 교복 상의를 대검으로 찢고 여학생의 유방을 칼로 그어버렸다. 여학생의 가슴에서는 선혈이 가슴으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사람들은 대로에서 벌어지는 만행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

 

이것이 사람이 사는 세상인가.’ ‘우리 국군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도저히 국군의 짓이라고 믿을 수 없었던 시민들은 ‘북괴 무장공비’가 침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했다. 거리는 인간 도살장이었다. 만행에 짓이겨지며 내지르는 희생자들의 비명과 그 참혹한 광경을 보며 울부짖는 시민들의 통곡이 대로와 골목에 흘러넘쳤다. 

 

‘고난의 길, 신념의 길’ 이희호 평전 중에서 / 한겨레신문 (2016.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