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학자가 본 기이한 세상
1.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행복의 길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은 엉뚱한 길을 택한다. 신을 믿거나 종교를 믿는 일이 대체로 그러하다. 종교는 거짓된 가르침으로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지옥과 천국이 있다는 사실만 믿어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우주를 관장하는 하나님이나 관세음보살 같은 초월적인 존재를 믿어도 마찬가지이다. 신과 관세음보살은 자연재해와 질병 앞에서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들과 다른 신이나 종교를 믿으면 서로 간에 잡아 죽이는 전쟁을 벌이게 된다.
사랑하고 배려하고 베풀면 행복해질 수 있다. 이런 일은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심지어 동물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과학은 생명과 우주의 역사, 작동원리를 밝힘으로써 사람들이 미신에 빠져 불행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종교는 자기들의 헛소리를 광신하느라 과학에 반대함으로써 인류의 행복 증진을 방해해 왔다. 타인과 다른 생명체를 배려하고 사랑하면 사람과 생명체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도 말이다. "개별 생명체에 불변의 실체의 자아가없다"는 불교의 '무아사상'은 자아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없애 주어, 인류를 행복으로 이끈다.
2.
점진적으로 고등생물로 진화한 것이 인간이다. 기독교 「창세기」 주장처럼 신이 진흙에 숨을 불어넣어 순식간에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전형적인 일확천금 사상이다. 사실은 거꾸로 인간이 순식간에 신을 만들어냈으니, '신'은 원조 일확천금 사상이다. 자기를 보살펴주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당신이 할 일은 당신이 만들어낸 신을 일심으로 믿는 일이다. 내막을 모르기 때문이다.
닭고기 · 돼지고기 · 쇠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즉 도살되는 장면을 본 사라은 고기를 먹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 사람들은 신을 믿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신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대부분 무신론자들이다. 반면에 자연과학 중 가장 현실과 유리된 학문을 하는 수학자들 중에 유신론자가 가장 많다. (42쪽)
3.
상습사기꾼을 경찰이 덮치자 사기꾼의 개가 죽기살기로 덤볐다. 그러다 살해당했다. 개는 주인이 나쁜 놈인지 좋은 놈인지 생각할 능력이 없고 또 상관을 안 한다. 개는 목숨을 걸고 주인을 지킬 뿐이다.
자기 종교를 죽기살기로 지키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자기 종교를 패키지로 산다. 박스로 사과를 사는 것과 같다. 차떼기로 사는 것과 같다. 박스 안에나 트럭 안에는 불량품이 섞여있게 마련이다. 박스나 트럭이 클수록 더하다. 불량품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광신(狂信)이다.
종교는 패키지로 사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그리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종교는 낱개로 사야 한다. 그 종교 가르침 중에 쓸 만한 게 있으면 취하고 이상한 것은 버리면 된다. 아무도 당신에게 상한 물건까지 차떼기로 사라고 가요할 권리는 없다. (318쪽)
4.
인간은 매년 3,20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을 잡아먹는다. 매년 200억 마리의 축생과 3억 톤의 물고기를 잡어먹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남획으로서, 이에 비하면 뱀이 잡아먹는 물고기는 조족지혈이다. (물고기 3억 톤은 1g짜리 멸치로는 300조 마리에 달하고, 1kg짜리 고등어로도 3,000억 마리나 된다. 지구 최대생물인 30톤짜리 향유고래로 쳐도 자그마치 1,000만 마리이다!) 게다가 인간은 자기들끼리 한꺼번에 수십만 명을 도살하며 싸움을 벌인다. 그것도 모자라 재미로 다른 동물들을 살해한다. 그걸 고상하게 스포츠라 부른다. '사냥!' 그러면서도 윤리와 도덕을 논한다.
인간의 윤리 · 도덕이라는 것은, 자기들이 하도 악을 행하니 그걸 좀 막아보자고, 자기들끼리 만든 것이다. 즉 조폭 강도들의 자기들끼리 통하는 윤리 도덕에 지나지 않는다. 동물의 입장에서는 인간은 조폭 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는가? (직접 죽인 적이 없다구요?) 남이 죽인 걸 사다 먹었을 뿐이라구요? 엄마나 부인이 해준 걸 먹었을 뿐이라구요? 어떤 조폭이 말하길 "앞으로 직접 빼앗아 먹지 말고 다른 조폭이 대신 빼앗아 주는 걸로만 살아라" 하면 이자는 조폭이 아니고 또 윤리 도덕적으로옳은가? 선량한 시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 조폭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수학자가 본 기이한 세상》 중에서 / 강병균 지음 / 살림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