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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한글 아함경

 

 

 

병고 고익진 엮음 | 일승보살회 기획 편집 | 담마아카데미 펴냄 | 910쪽 | 정가 30,000원 

 

 

 

1. 불교학은 아함에서부터

 

불교를 처음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나는 아함(阿含)에서부터 읽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불교 입문서나 불교학 개론이 불교를 처음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맨 처음에 추천되는 책들이지만 이런 책들은 여행하는 사람이 행선지에 대해 알아보는 안내서와 같은 것으로서 여행에 들어서서의 실제적인 ‘길’은 아니다. 아함은 불교라는 긴 여로의 맨 처음에 밟아야 할 길인 것이다.

 

불문(佛門)에 들어와 이미 상당한 조예를 가진 사람이라도 자기의 불교가 어딘지 모르게 허점이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이런 분에게도 나는 아함에서부터 다시 읽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아함은 모든 불교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도 나는 아함을 부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승불교는 아함의 이론과 정신을 바탕으로 성립한 것이라는 점에 오늘날 모든 학자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승불교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함이요, 아함을 완성하고 있는 것은 대승이라고 할 정도이다. 원시불교 사상의 연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대승불교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도, 부디 아함에서부터 읽어갈 것을 권하고 싶다.

 

- 병고 고익진 《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 중에서 -

 

 

2. 붓다의 사유 체계에 따라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 정선

 

내가 가장 즐거이 읽는 불전(佛典) 중의 하나는 《아함경》이다. 부처님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듯한 책인지라, 《아함경》을 독경하는 것은 마치 부처님과 대화를 나누는 일과 같다. 또한, 쉽고 편한 문체로 쓰여진 《아함경》은, 글을 쓰면서 사는 사람에게 수많은 사람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좋은 모범을 보여주기도 한다.

- 박노자  오슬로국립대학 교수 


《아함경》은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 살았던 인물인 샤카무니 붓다가 45년간 그 제자들과 나눈 대화와 가르침을 모은 것이다. 비유나 우화가 많이 등장하고 대화체로 써 있어 읽기 쉬워 보이지만, 내용은 삶의 조건과 질곡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과 해결책 등을 말하고 있어 무겁다. 그러나 붓다가 제자의 특성에 맞춰 난이도를 달리해 묻고 답한 것이므로 그 입장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색해 가는 방향으로 읽으면 될 것이다.

- 조은수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추천 글에서 

 

아함에 나타나는 부처님은, 오만하기 이를 데 없고 사악하기 헤아릴 길이 없는 중생 속에서 처참할 정도로 고생하면서 진리를 위해 싸우는 사랑의 인간으로 나타나 있다. 아함을 읽는 이는 누구나 부처님이라기보다는 인간 싯다르타의 너무나도 청순한 인간미에 우선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이런느낌은 다른 경전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 병고 고익진

 

 

3. 편집 후기

 

1981년《한글 아함경》이 처음 발간된 이래 어느덧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1991년 개정판을 펴낸 데 이어 이번에 재개정판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한글 아함경》은 한국 불교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책입니다.《한글  아함경》이 나오기 전까지 아함경은 우리나라에서 다소 생소한 경전이었고, 중요한 경전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국 불교의 흐름 속에서, 부처님의 초기 말씀이 담겨 있는 아함경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널리 보급한 분이 고(故) 병고(丙古) 고익진(高翊晋) 교수입니다.


《한글 아함경》이 발간된 후, 불교학계에서도 점차 아함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팔리어 원전을 번역한 아함경 전집 등 여러 종의 아함경이 발간되었습니다.《한글 아함경》은 한국 불교가 부처님 말씀에 보다 집중하고, 의미를 이해하고 공부하며,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또한, 아함경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불자들도 많이 늘어서《한글 아함경》은 인쇄를 거듭하여 발간되었고,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에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한글 아함경》의 또 다른 가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쉽게  한 권으로 가려 엮은 ‘체계적인 편집’에 있습니다. 아함경은 183권, 2085개 경으로 구성된 방대한 경전입니다. 더욱이 교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잡아함은 권수가 흐트러진 착간(錯簡)의 상태로 전해지고 있어 깊은 연구를 하기 전에는 그 속에 시설된 미묘한 교리적 체계성을 살필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고익진 교수님은 오랜 사유와 연구를 통해 아함경에 기록된 부처님 말씀에 일관된 체계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12처에서 12연기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사유 체계에 따라 아함경을 한 권으로 편집했습니다. 그러므로《한글 아함경》을 읽어 나가면,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직접 듣는 듯한 생생한 기쁨과 단계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발간된《한글 아함경》재개정판은 보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고쳤습니다. 글자 크기와 배열을 현대의 흐름에 맞게 편집하였고, 내용 면에서도 한역 경전 자체의 오류와 뜻이 모호했던 번역 부문을 한문본·팔리어본과 하나하나 대조하여 바로잡았습니다. 한글로 번역할 경우 의미가 축소되거나 왜곡될 우려가 있는 불교용어는 한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고, 인명과 지명은 팔리어를 음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경음의 사용을 자제하고 가장 널리 쓰이는 이름으로 채택하였습니다. 1991년에 발간된 개정판과 비교하여, 경전의 전개 체계는 그대로 따랐지만 내용은 완전히 새롭게 다듬었습니다.

 

이번 개정 작업은, 지난 30년간 고익진 교수님께 직접 아함경 강의를 듣고 또 유지를 받들어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진해 온 일승보살회 회원들이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개정 작업에 참여한 회원들은 생활인의 불교를 닦아 나가면서, 지난 2년간 오로지 구도하는 자세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다듬었습니다. 개정 작업을 하면서, 혹여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에 어긋나거나 그 뜻을 손상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한 송이 하얀 연꽃을 피우는 간절한 불심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고익진 교수님은 세속의 짧은 생애를 살고 가셨지만 한순간도 헛되이 보낸 적이 없는 불교학자였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수행한 구도자였습니다. 고익진 교수님이 생전에 보여준 학문적 연구 자세와 수행자로서 삶의 모습은 후학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2005년 박사급 이상 국내 불교학자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근현대 한국불교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고익진 교수님이 1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13년 12월, (사)한국불교학회와 일승보살회 공동 주최로 「병고 고익진의 학문세계」를 재조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데 이어, 23년 만에《한글 아함경》 재개정판을 발간하게 되어 실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부디 《한글 아함경》이 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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