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늘보
성품이 무척 온순하며 행동이 매우 느리고 다리가 길어
마치 나무늘보 같다 하여
우리가 '늘보'라고 불렀던 강아지
2개월 아기 때 유기견이 되어
8개월간 임시 보호자의 보살핌을 받던 중
미국 달라스로 입양을 가게 되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이틀간 우리와 함께 지냈다
침대에 올라 편안하게 앉아 있는 늘보
저 침대에 오르는데도 슬로우 모션으로 1분 정도 걸려 올라갔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기 직전
늘보가 무사히 편안하게 미국에 건너가기를 기원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미국의 새로운 가족들이 늘보를 환영하는 피켓을 들고 공항에 마중을 나왔다.
미국 가족들은 늘보에게 LARRY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드디어 미국 달라스 공항에 도착
늘보를 미국까지 데려다 주신 고마운 자원봉사자 님
왼쪽은 우리집에 있을 때 모습
오른쪽은 미국에 도착해서 자기 집에 있는 모습
미국의 새 부모가 늘보가 우리집에서 편안히 있는 사진을 보고
늘보를 위해 비슷한 집을 마련해 주었다.
한국의 유기견이 미국에서 사랑받는 공주가 되었다
이제 늘보는 이곳에서 새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다.
4. 시저
생후 2개월 가량된 강아지
엄마와 형제 4마리가 쉘터에 들어왔다.
때마침 바람이 불고 날이 추운데 쉘터에 방풍이 안 되어 있어
5마리를 모두 집으로 데려 왔다.
거실 한켠에 집을 만들어 주었는데
5마리가 서로 꼭 붙어있으면서 킹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밤을 지냈다.
아마도 그동안 길거리에서 노숙하면서 사람들 눈치를 보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첫날 다섯 마리를 모두 목욕시키고
맛있는 음식을 주었는데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면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소고기 통조림을 주었는데
그동안 많이 굶주렸을 텐데도 엄마는 뒤로 물러서며
아이들에게 양보하고 먹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엄마만 밖으로 꺼내서 따로 통조림을 주었다.
우리집에서 2일 밤을 지내고 모두 쉘터로 갔다.
그런데 그 중 가장 작은 이 아이가 아픈 증세를 보여 다시 집에 데려 왔다.
형제와 떨어진 게 슬펐는지 집안에 엎드려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슬퍼 보이는 눈망울에서 엄마와 형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날 밤, 내 침대로 데려와 이불 속에서 함께 잤다.
새벽녘, 내게 다가오더니 나의 손가락을 물기 시작했다.
이제 비로소 안정을 찾고 마음을 열은 것 같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이 강아지가 내 손가락을 핥던 그 감촉이 그대로 느껴진다.
며칠 지나자 자기집에 온 것처럼 활기를 찾았다.
그리고 먼저 와 있던 또다른 유기견과 친구가 되었다.
두 녀석이 자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강아지는
10년 전 우리집에서 태어나 가족이 된 숫컷 말티즈
2개월 된 강아지들 모습이 신기한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 강아지는 체격이 작고 예쁘게 생겨서 인지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바로 나타났다.
함께 자고 있는 강아지는 골든 리트리버와 토종견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미국으로 입양이 정해져 2개월 후 미국으로 간다.
같은 처지의 유기견 친구와 함께
엄마와 형제들이 그리운지 눈망울이 슬퍼 보인다.
옆의 강아지는 우리집 거실 모서리를 물어뜯고 있다.
우리가 '시저'라고 잠시 불렀던 이 강아지는
외국인 부부가 입양했다.
이들도 시저를 보자마자 너무 좋아했다.
이제 시저는 이들과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다.
이 부부는 6개월 후에 캐나다로 여행을 간다는데
이때 시저도 함께 데려갈 것이라고 한다.
강아지를 입양한 부부가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집을 떠난지 불과 한 달이 안 되었는데도 외모가 많이 변했다.
제법 늠름해졌다.
그리고 슬픈 눈빛은 사라지고 초롱초롱 빛난다.
*** 후 기 ***
시저 형제 네 마리 중 시저를 포함해 두 마리는 입양되었고
엄마 개와 나머지 형제 두 마리는 다른 보호자가 임시로 돌보고 있다.
그런데 엄마 개가 자꾸만 우리에서 나가려고 해서
동물심령사를 초빙해 상담을 했다고 한다.
동물심령사가 엄마 개를 보고 교감을 하였는데
엄마 개가 지금 "찾아야해요" 라고 말하고 있다고 일러주었다.
즉, 막내 아들 시저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족들을 쉘터로 데리고 왔을 때
시저가 아픈 증세를 보여 우리가 집으로 데려왔는데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바로 나타나
시저는 엄마와 형제들에게 인사로 못하고 헤어진 것이다.
그래서 시저의 엄마가 사라진 자기 막내 강아지를 찾기 위해
자꾸만 우리에서 나가려고 헀다는 것이다.
동물심령사는 그 엄마 개에게
막내 강아지가 좋은 곳으로 입양가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3. 코니
포인터 순종
엄마와 형제 8명이 쉘터에 들어왔다.
생후 2개월째 이 중 한 마리가 우리집에 와서
입양될 때까지 3개월간 함께 지냈다.
사냥개 특유의 활동성으로 애를 먹기도 했지만
천진난만하고 영리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달려와 품에 안길 때는 어찌나 힘이 센지 가슴이 울렸다.
주한 미군 부부에게 입양되었다.
아마도 신혼 부부로 보이는데 이곳에서 공주처럼 잘 지낸다.
이름도 '로라'로 바꿨다고 한다.
이제 우리집을 떠난지 2개월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잊지 못할 선한 눈망울
입양된 미국인 집에서 럭셔리하게 지내는 코니
이 미국인은 처음 코니를 보자마자 바로 흠뻑 빠져버렸다.
코니를 안고 좋아하는 모습
이들이 한국에서 임기를 마치면 함께 미국으로가서 살게 될 것이다.
2. 하루
2014년 12월에 우리집에 온 강아지
엄마는 진도, 아빠는 골드리트리버라고 하는데 모호하다.
외모로 보면 레브라토리트리버 같기도 하고
또 목장에서 양을 모는 보더콜리와 많이 닮았다.
이 강아지는 당초 미국으로 입양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입양 갈 때까지 두 달 정도만 데리고 있기로 했다.
그런데 당초 입양하기로 한 미국의 기관에 문제가 있어
입양을 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생후 2개월 때 우리집에 와서 이제 8개월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지난 달에는 처음 생리를 하느라
이 강아지도 우리 가족들도 거의 한달간 고생을 했다.
1. 포카
60일 된 여자 강아지
엄마는 포인터 순종, 아빠는 모른다
어리지만 사냥개의 본능을 지녔고
무척 발랄하고 빠르고 영리하다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도 많다.
이 녀석이 우리집 어르신 강아지들과 놀고 싶어 했는데
어르신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이 녀석이 다가오면 피해 다녔다.
대신 착한 하루가 보모처럼 잘 놀아주었다.
지금 입양할 곳을 찾고 있는데
임보(임시 보호자)가 나타나 함께 생활하고 있다.
신혼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는 지금 이 녀석에게 흠뻑 빠져
정신 없지만 행복해 하는 것 같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관심 있게 보라보는 두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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