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미지 클럽, 대딸방에서 아르바이트 한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여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체로 한국에서 이와 같은 일은 ‘부끄러운 직업’으로 인식된다. 성매매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성적 이미지를 상품화시키고 남성의 일방적인 만족을 전제로 하는 직업인 만큼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과연 다른 직종에 비해 그렇게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마사지클럽 아가씨’ 보다 상당수의 성직자들이 훨씬 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사지클럽에 오는 손님이 한 시간 동안의 ‘플레이’를 ‘사랑’으로 착각할 일이 없듯이 시중을 드는 여성도 굳이 ‘사랑’ 따위를 지나치게 연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클럽’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일시적인 만족을 주되 본격적으로 외로움과 같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대체물’이라는 것을, 양쪽 모두가 알고 있다. ‘유사 성행위’와 진짜 사랑 사이의 거리란 거의 천문학적이라 할 것이다.
대다수의 교회에서 설교되는 이야기나 행해지는 행위와, 진정한 의미의 ‘하나님 사랑’ 사이의 거리도 거의 그와 같지 않을까? ‘우리 종파’가 아닌 사람들은 지옥에 간다느니 진정한 영적 생활을 못한다느니 하는 이야기와, 차별과 배제가 없는 하나님의 평등한 사랑은, 사실 같은 차원에서 논하기 조차 어렵다.
대다수의 교회나 사찰에서 ‘신앙’이라고 포장하여 파는 것은, 마사지 클럽에서 이루어지는 ‘유사 행위’와 다를 바 없는, 진정한 신앙의 ‘대체품’ 도는 그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신앙적 ‘짝퉁 상품”이다. 그런데 마사지클럽 아가씨가 자신의 손을 움직이는 것이 돈이 아닌 사랑 때문이라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과 달리, 수 많은 목사님들은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을 전달한다”고 큰소리를 친다.
이 분들이 차라리 이미지클럽에 가서 진솔함과 겸손함을 배우면 어떨까 싶다. 그 분들께서 “부자가 낙원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보다 더 어렵다”는 말씀을 충실히 따라, 가난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국내 도시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소득인 160~170만 원 정도로 자신들의 소득과 소비를 조절했으면 그나마 ‘하나님’과의 진정한 연결고리가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하는 분들은 과연 얼마나 많을까? 그런 성직자들이 ‘사회적 어른’의 대접을 받는 사회라면 ‘대딸방’에 종사하는 분들이 정말로 부끄러워할 것이 뭐 있겠는가.
물론 여기에서 한 가지 반론이 가능하다. 대형 교회에 가서 일주일에 한 번 ‘성령’을 받아 미쳐보는 것이, 마약복용이나 알코올 중독, 인터넷상에서 유명 연예인 팬클럽 활동에 빠지는 일 등 또 다른 종류의 ‘자기 물화’ 보다 낫지 않느냐는 반론이다. 맞다. 비뚤어진 사회에서 삐뚤어진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위안’이 필요하다면 안방극장과 술보다는 교회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아주 광신으로 나가지 않는 한에서 말이다.
단,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위안’과 진정한 의미의 ‘신앙’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좀 인식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위안’이야 교회에서도 사찰에서도 휴게텔에서도 다 가능하다. 그러나 ‘신앙’은 자기 안의 거짓을 불태우고 자기 바깥의 거짓을 적어도 ‘거짓’이라고 정확하게 부르는, 아주 특별한 마음상태이다. 물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겠지만.
《박노자의 만감일기》 중에서, 인물과 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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