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은 성경이 성령 하나님의 구술에 의해 기록된 것이므로 성경의 저자는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다. 하나님이 선지자와 사도들로 하여금 성령의 감동을 받아 성경을 기록케 했다는 것이다. 비록 성경이 인간의 언어로 기록된 것이지만, 인간의 사상과 의지가 들어있는 책이 아니라 성령의 감동으로 된 하나님의 사상과 감정과 의지가 들어있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했다.
하지만, 칼빈은 모든 성경책에 대한 주석을 달기 위해 성경을 자세히 연구하는 과정에서 성서의 여러 오류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칼빈은 성서가 영감을 통해 기록되었지만 인간의 기록이므로 부분적으로 오류가 발견된다는 사실을 과감하게 인정했다.
칼빈은 성서의 오류 중 구약의 인용이 명백히 잘못된 곳도 지적하였는데, 고린도전서 2:9에 인용한 내용과 구약 본문인 이사야 64:4를 비교해 보면 그 인용이 정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오류는 사소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왜 칼빈은 그렇게 생각했을까?
고린도전서 2:9절과 이사야 64:4절을 비교해 보면
(고린도전서 2:9)
"기록된 바,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였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하였다"
"However, as it is written: "No eye has seen, no ear has heard,
no mind has conceived what God has prepared for those who love him."
(이사야 64:4)
"주 외에는 자기를 앙망하는 자를 위하여 위하여
이런 행한 신을 예로부터 들은 자도 없고,
귀로 깨달은 자도 없고, 눈으로 본 자도 없나이다."
"Since ancient times no one has heard, no ear has perceived,
no eye has seen God besides you, who act on behalf of those who wait for him."
위 성경 내용을 비교해 보면, 바울이 기록한 고린도전서 2;9에서 '기록된 바'의 내용을 이사야 64:4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는 오랫동안 많은 성경 학자들이 고민한 부문이었다.
그런데, 고린도전서 2;9의 '기록된 바'의 내용이 보다 비슷한 성경 구절이 발견되었다. 바로 1945년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도마복음' 이다. 도마복음 17절을 보면 이 구절이 고린도전서 2:9 구절과 거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마복음 17절)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니라,
나는 너희에게 어떤 눈도 보지 못했고,
어떤 귀도 듣지 못했고,
어떤 손도 만지지 못하였으며,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지 않던 것을 주겠노라."
"Jesus said, I will give you what no eye has seen,
what no ear has heard, what no hand touched,
what has not arisen in the human heard."
아마도, 바울은 도마복음을 참고하여 고린도전서를 기록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도마복음은 AD 397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성경전서를 확정할 때 정경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종교 권력자들은 정경으로 채택되지 못한 성경들은 모두 위경으로 분류하여 폐기하도록 했다고 한다.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성경들도 당시 폐기 과정에서 항아리에 담겨져 약 1600년을 넘게 땅속에 묻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칼빈이 살아있을 때에는 당연히 도마복음의 존재와 내용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도마복음에는 예수님의 말씀만 기록되어 있으며,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 기적, 부활, 재림 등의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도마복음이 예수님의 12 제자 중의 한 명인 도마에 의해 기록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경으로 채택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예수님의 초월적 신성(神性)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울이 고린도전서를 기록하면서 도마복음을 인용한 것으로 보면, 초기 교회에서 도마복음은 예수님의 말씀으로 널리 읽혀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 문헌)
1. 기독교 성서의 이해/도올 김용옥 지음/통나무
2. 또 다른 예수/오감남 지음/예담
3. 신앙, 성서, 교회를 위한 기독교 신학/허호익 지음/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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