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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而不同

금융 위기에 대한 단상 - 돈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미국 월가에서 시작한 금융 위기로 전 세계의 금융 자산이 약 9조 달러 감소되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조(兆) 단위를 넘어 경(京) 단위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들어 몇 백 조원이 감소되었고, 지난 10월 한달 동안만 해도 80조원이 감소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사라진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990년대 우리나라에 IMF 금융 위기가 오기 전, 증권회사를 다니다가 그만 둔 후배가 이렇게 말했다.

 

"형 ! 주식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왜 ?"

"형, 도박판에서 돈 따는 사람 봤어요?  화투판에서 돈을 따는 사람은 결국 '고리" 뜯는 사람 뿐입니다."

"고리하고 주식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주식을 거래하면 증권회사에서 수수료를 떼어가는데, 그 돈이 일년에 2조 원이 넘어요.

2조 원씩 고리를  떼고 나면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2000을 넘어 올라가면서 투자자들이 도취해 있는 동안에 증권사, 투신사, 은행 등 금융회사는 수십 조원을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가져 갔다. 그 돈은 모두 주주들이 높은 배당으로 가져 갔으며 직원 급여 등 회사 운영에도 쓰여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우리 주식시장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책임없는 장미빛 예측을 남발하면서 일년에 수 억원에서 십 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아 갔고, 금융회사 CEO들은 수 억원의 연봉 외에 스톡옵션으로 수 십억원을 받아갔다. 금융회사 직원들도 주식이 올라갈 때마다 성과급이란 명목으로 고액의 보너스를 받았다. 이런 돈들이 모두 이번에 사라진 돈으로 채워진 셈이다.

 

금융서비스라는 것이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땅을 파고, 농작물을 심고, 광물을 캐내고, 공장을 돌려 물건을 만들어야 인간이 먹고사는 수단과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다.

 

금융이란 그 과정에서 단지 경제의 흐름을 도우는 보조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주객이 전도되어 정치가. 기자, 교수, 금융인들은 한결같이 모두 금융산업이 인간을 먹여살리는 길이라고 주창해 왔으며, 온 국민을 주식시장이라는 도박판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인간의 삶은 모름지기 노동의 가치를 새로 인식하고 땀을 흘리며 사는 것이 근본일 것 같다.   (200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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