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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而不同

건전한 교회 ?

집을 나서려다 아파트 문앞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았다. 밤 늦게 집에 들어올 때마다 매일 두세 장씩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면, '오늘도 아파트 경비를 피해 다녀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들에게 경외심이 느껴진다. 전단지는 주로 치킨, 피자, 족발, 중국집 등 음식 광고가 대부분인데, 오늘은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교회에서 붙여놓고 갔다.

 

호기심이 생겨 읽어보다가 재미있는 문구를 발견했다. 전단지의 맨앞에는 교회와 담임목사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예수교 장로회 통합 (소망교회, 영락교회, 명성교회 등)에 소속된 건전한 교회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교회면 교회지 건전한 교회라니.... 그렇다면 '건전하지 않은 교회'가 있으니 주의하라고 알려주는 것인가?  

 

그리고 담임목사의 학력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석사, 박사 학위를 몇 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느 대형교회 목사들처럼 xx 총회장, xx 선교회 대표 등의 화려한 약력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국민일보 미션 지면을 보면 부흥회, 금식기도회, 세미나 등의 광고가 많이 나오는데 거기에 소개되는 목사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한결같이 활짝 웃는 모습에 각종 단체 회장 직함이 대여섯 개씩 붙어있다. 그냥  "xx교회 목사"라고만 소개하면 존경심이 낮아지는 것일까? 

 

이제 교회 자체에서도 건전한 교회가 있고 건전하지 않은 교회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무엇으로 구분하는지 궁굼하다. 몇 달 전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으로 유명한 목사 한 분이 교회를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퇴직금 4억원을 교회에 기부하여 자신의 이름을 붙힌 '○○○ 장학회'를 만들기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 분은 20년 동안 교회를 섬기면서 신도 300명 정도의 교회로 성장시켰다고 한다. 그분의 명성에 비해 신도가 많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복음을 전하기에는 아주 좋은 규모의 교회일 것이다.

 

과연 ○○○ 목사라고 칭송이 자자했다. 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하지도 않고, 서교동의 어떤 원로 목사처럼 퇴직금으로 18억원 씩이나 챙기지도 않고 모두 장학금으로 내놓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기사를 듣고 조금 의아한 점이 생겼다. 20년 봉직에 퇴직금이 4억원이라면....  일반 회사 기준으로 보면 그 정도 퇴직금을 받으려면 월 급여가 2천만원 정도 되어야 한다. 성직자로서 너무 많은 급여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물론 교회에서 정한 퇴직금의 기준은 일반 회사와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찜찜했다.  

 

며칠 전 보도에 따르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60억 원의 사재를 기증하여 자신의 아호를 붙힌 '은파장학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김삼환 목사는 20년간 외부 강연과 자녀들의 결혼축의금을  모아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김삼환 목사님을 존경한다는 댓글들이 많이 달리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 내에서 염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0억 원이라는 금액은 일반 시민들로서는 정말 일생동안 모을 수 없는, 만질 수 없는 큰 금액이다. 도대체 외부 강연 사례비가 얼마이길래, 결혼 축의금이 얼마나 들어왔길래 60억원을 모을 수가 있다는 것인가?

 

이런 소식들을 접하면, 우리나라 개신교는 확실히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질의 축복이 넘쳐흐른다. 빈 손으로 선종하신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과 무소유를 실천하시고 입적하신 불교의 법정 스님과 크게 비교된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교회에 직접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TV로 유명한 목사님들의 설교를 모두 들을 수가 있다. 그런데  믿으면 부자가 되고 성공하고 구원받는다는 설교가 대부분이다. '마음이 가난한 자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의 것이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보다 더 어럽다'라는 청빈(淸貧)을 강조하는 설교는 듣기 어렵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고 말씀하셨는데, 하나님의 종이라는 목사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자신의 이름이나 아호를 붙힌 장학회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전한 교회란, 어떤 교회일까?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교회가 '건전한 교회'일 것이다. (2010.4.11)